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6

아동의 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ㅤ일반적으로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신체형corporal punishment은 금지된다. 정부는 도둑의 손목을 자르거나 사기꾼을 채찍질할 수 없고, 그런 내용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판결을 내릴 권한이 없다. 오히려 그것은 법에 따라, 특히 헌법의 요구에 의해 금지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지만 샤리아sharia가 실제로 지배적인 힘을 가진 몇몇 국가에서는 정부가 교리와 종교적 관습에 위배되는 행위를 신체형으로 다스린다. 재작년 인도네시아에서 한 커플은 혼외정사를 이유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질을 당했다. 그곳의 인권단체와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은 사람의 신체에 끔찍한 고통을 가하는 처벌이 보편적 인권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설령 무슬림 원리주의자들이 문화적 차이를 방패막이로 삼지 않.. 2023. 5. 5.
국회의원의 수는 몇 명이 적정한가? ㅤ이듬해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회는 선거제 개편에 착수했다. 국회는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관련 문제를 논의한다.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 각 정당이 이견을 표출하는 것을 보면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어떤 선거구제를 채택할 것인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당한가, 아니면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비례대표제는 병립형이 좋은가, 아니면 연동형이 적절한가? 비례대표제를 확대할 것인가, 축소할 것인가? 그러나 다양한 쟁점들 가운데 가장 큰 논란거리는 역시 국회의원 정수에 관한 것이다. 사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선거제도를 개편한다면 국회의원의 증원 혹은 감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관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여당의 김기현 대표였다. 그는 현재 300명인 의원 수를 .. 2023. 4. 17.
한정위헌 결정의 이론적 문제 ㅤ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심사하면서 이따금 단순위헌이 아닌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 일반적으로 위헌결정은 “법 제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와 같이 법률조문 전체를 대상으로 하거나 “법 제1조 중 ~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처럼 법률조문 일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한정위헌은 “법 제1조를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형식으로 주문에 표현된다. 통상 학자들은 일부위헌과 한정위헌을 구분하고 전자를 양적 일부위헌으로, 후자를 질적 일부위헌으로 명명한다.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는 이유에서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 결정도 다른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기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한.. 2023. 4. 7.
정주 외국인에 대한 “민주적 지배” 지배의 정당성과 외국인 ㅤ우리는 민주주의를 논할 때 정당성 문제를 비켜갈 수 없다. 켈젠H. Kelsen은 국민주권의 실현을 통해서 민주주의가 정치적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보았다. 드워킨R. Dworkin이 보기에도 민주주의는 정당성 문제로부터 유리된 채 이해할 수 없다. 이들 외에도 학자들은 ― 비록 세부적인 인식 차이는 존재했을지 몰라도 ― 민주주의를 정당성과 연결 지었다. 여기에 굉장히 간단한 사례가 있다. 만일 우리가 당장 내일부터 18세 이상의 여성을 징집하여 일정 기간 병역에 복무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려고 한다. 이때 여성에게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면 이후 새로운 병역법을 적용하여 여성을 징병할 정당성이 훼손될 것이다. 정당성에 기여하는 정치적 권리에는 투표권이나 선거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3. 4. 7.
재판관 후보들 ㅤ지난 며칠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헌법은 대통령이 각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하되,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이루어진 재판관 지명은 대법원장의 몫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김형두 판사와 정정미 판사를 후보자로 지명했다. 최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향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특정한 법률가 모임에 속한 이들은 최종 지명자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사실 특정 단체의 회원이 법원 내의 요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은 다소 정치적인 맥락에서 읽히는 감이 없지는 않으나, 정파를 떠나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한.. 2023.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