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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공정한 민주주의 관련 글: 다수결과 인민에 의한 지배 (Oct 22, 2022) 다수결과 인민에 의한 지배 다수결 전제 ㅤ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민주주의를 둘러싼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이러한 유형의 논쟁 가운데 가장 최근의 사례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여 법안을 통과하려는 정치적 태도, grundgesetz.tistory.com ㅤ지난해 4월, 민주당은 몇 가지 쟁점적인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기행과 꼼수를 사용해 민주적 절차를 생략했다. 당시 야당의 요구에 의해 설치된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법에 따라 다수당 소속 의원 3명과 이에 속하지 않은 의원 3명으로 구성되어야 했다. 하지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인 민형배를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후에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하여금 그를 비교섭단체.. 2023. 4. 6.
탈식민주의와 국제법학 Ⅰ 한국이 일본제국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지 어느덧 8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의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은 듯하다.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적 침략의 일환으로 수행된 강제동원과 그 배상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법적 공방은 오랜 전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반대자들은 이웃나라인 일본 그리고 동맹인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거론하는 것 외에도 국제법까지 들먹이면서 대법원 판결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있다. 그들은 평소 자유민주주의의 교리를 설파하고 다녔던 것과는 달리 개인의 권리보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개인을 희생시켜 공동체의 밑거름으로 삼고자 하는 국가주의의 환상은 바로 그 맥락에서 구현된다. 만약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국가폭력의 희생자에게 애국심을 갖고 자중하라고 말한다면, .. 2023. 4. 6.
사과 그리고 양심의 자유 ㅤ근래 유사한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내놓은 판단은 양심의 자유란 무엇인가에 관한 깊은 철학적 고민을 자아낸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령 헌법 제19조가 명시적으로 “양심의 자유”라는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민주적 법치국가의 법질서 근간을 이루는 인간의 존엄성 원칙에 비추어 우리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는 당연히 도출될 것이다. 국제법상으로도 한국이 채택한 자유권규약(이른바 B규약) 제18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편적 인권으로 보고 있다. ㅤ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9조에서 말하는 양심에는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은 물론이고 이에 이르지 않아도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 2023. 4. 6.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하는가? ㅤ오늘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루어진다. 각 정당은 대체로 자기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 제44조 제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신체의 자유를 특정한 공직과 결부하여 권력의 개입에 제약을 부과하는 것은 통치구조로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회 내지는 의원의 특권이다. 대의민주제에서 의원들은 형사범죄와 연루되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 주로 현행범인이 아니고 회기 중일 때 ― 체포와 구속을 .. 2023. 4. 6.
성희롱과 성평등 그리고 어떤 평등주의 논변 ㅤ코미디언 이경실이 인기 라디오 방송 에서 배우 이제훈에게 했던 발언은 이를 성희롱으로 받아들인 청중들의 심각한 항의에 직면했다. 당시 방송 현장에서 당사자들은 서로 웃고 넘기는 분위기였으나, 다수의 청취자는 이경실의 선정적인 발언이 천박하고 무례하다고 비난했으며 누군가는 범죄로까지 여겼다. 논란이 일자 방송사는 해당 방송분의 다시듣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리고 그날 이경실은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 의해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 사건에서 대체로 관찰되는 사람들의 반응은 만일 발언의 주체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면, 그리고 그 발언이 겨냥한 객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면 발화자가 파국적인 처지에 내몰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이 이러한 반사실적 가정을 통해 시사하고자.. 2023.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