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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관념의 정치적 혼동과 타락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이 헌법 관념의 정치적 혼동과 타락을 가져오고 있다. ㅤ이틀 전,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71면 분량의 탄핵소추의결서는 작년 10월 1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와 관련해 그가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서 필요한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과 이후 국정조사에서 거짓으로 증언한 사실을 탄핵의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과거 대통령을 대상으로 진행된 두 건의 탄핵심판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탄핵심판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개월에서 3개월 내외로 예상된다. 법률가들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지 기각될지 점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확실히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는 원칙적으로.. 2023. 4. 6.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무슬림에 대한 모욕인가? ㅤ대구시 북구 대현동에서 벌어진 일은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주민들은 그곳의 인근 부지를 매입해 모스크를 짓고자 했는데, 지역 원주민들은 주거지에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북구청은 주민들로부터 집단적인 민원이 제기되자 건축주를 상대로 공사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건축주는 공사중지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제소했다. 결과적으로 구청과 주민들은 소송에서 패소했고, 작년 9월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더는 건축 공사에 대한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다른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 방식이란 다름이 아니라, 이슬람교의 예배당이 건립되고 있는 공사현장 인근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것이었다. .. 2023. 4. 6.
성전환자를 배려한 법원의 결정은 비민주적인가? 법관의 지배? ㅤ성전환자의 평등한 지위와 권리를 확인한 2006년 대법원 결정은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었다. 그 결정은 생물학적 성과 다른 전환된 성을 법률적인 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호적에 기재된 출생 당시의 성을 그 전환된 성으로 정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지난달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있음을 성별정정의 불허 사유(소극요건)로 판단한 2011년 판례를 뒤집었다.이제 슬하에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도 자기 정체성에 따라 살아갈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었다. ㅤ그런데 이 결정들에 대해서는 여러 견지에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그 비판들 가운데서 특히 강력해 보이는 것은 이 결정이 비민주적이라는 주장이다. 그 주장은 입법자가 사회 변화에 알맞은 새로.. 2023. 4. 6.
성전환자의 삶에 대한 권리 Ⅰ 최근 대법원은 하나의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성전환자가 슬하에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정정할 수 없다는 종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다수의견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성별 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막연하고 관념적인 우려를 들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고 보아 이를 일률적ㆍ전면적으로 불허하는 것은 법익 간의 균형을 고려할 때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미성년 자녀의 실질적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 결정은 올해 대법원이 내린 판단들 가운데서도 상당히 중요한 의의를 지닌 것으로 생각된다. 성전환자는 우리 사회의 평등한 구성원이지만, 모종의 정치적이거나 종교적.. 2023. 4. 6.
잠재적 가해자론과 시민적 의무 ㅤ재작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성인지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한 한 동영상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다.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남녀 사이의 불평등을 다루면서 많은 사람이 수용하기 어려운 기이한 논변을 포함했다. 당시 원장이자 강사로 나선 나윤경 교수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청중을 “교육”하고자 했다: 여성의 평균적 경험상 남성을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여길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남성은 자신이 가해자, 곧 음담패설을 일삼는 무뢰한이나 파렴치한 성추행범 같은 부류의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시민적 의무가 있다. “… 의심하면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냐’며 화를 내고, 의심하지 않으면 ‘스스로 성폭력을 자초해서 남성을 곤경에 빠뜨리는 꽃뱀’이라며 비난하죠... 2023. 4. 5.